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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보드게임 생태계 : 시작의 기록

보드게임 생태계 도시, 전주의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

#1. 2025년 8월 1일, 서울

시작은 한 여성 리더 모임에서의 강연이었다. 지역에서 내가 해 온 일을 소개했는데, 그 자리에 한국 최고의 보드게임 회사(2004년 설립) 행복한바오밥의 이근정 대표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보드게임 향유자와 창작자들이 모이기 좋은 동네는 어디일까요?"라는 질문에 나는 주저 없이 "전주 원도심이요"라고 답했다. 그 대답이 계기가 되었다. 3년째 매달 초 서울에서 모이던 그 모임이 처음으로 지역으로 가기로 했다.    

#2. 2025년 9월 1일, 전주

아침 일찍 전주 원도심으로 10여 명이 왔다. 그들을 지역의 장소와 사람과 연결하는 하루 풀코스였다. 전북관광공사 오충섭 지사장('범내려온다' 한국 홍보영상 기획자), 최인경 박사(비욘드전주 공간 소유&기획자)와 평화와평화에서 함께 만나서 골목 투어를 시작했다. 전라감영양조장, 금성당, 무명씨네금지옥엽, 즐거운도시연구소/경원동샵, 워커비를 거치며 전주 원도심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박세상(한복남/금성당), 이하늘(무명씨네), 정수경(즐거운도시연구소), 정은정(워커비/로컬웍스) 대표를 만나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전주 원도심을 새롭게 발견하며 빠져들었다.

#3. 2025년 11월 5일

두 달 뒤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나는 행복한바오밥 이근정 대표와 빛나는하루 이지연 대표에게 '전주 원도심이 보드게임의 도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발제를 부탁하고 작은 세미나를 마련했다. 전주에서 활동하는 보드게임 지도사들, 보드게임을 직접 만들어본 전주대학교 한동숭 교수, 그리고 웨딩거리를 수십 년간 지켜온 70대 건물주까지 함께했다. 독일과 유럽 도시와 생태계를 듣고 전주 원도심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함께 설레는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첫번째 자리였다. 설레는 상상을 함께 할 실천 커뮤니티를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4. 2025년 12월 6일~7일

내친 김에 한달 뒤 좀 더 큰 판을 벌렸다. 크립톤이 주관사인 중기부와 전주시의 전주 글로컬상권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보드게임포럼을 연 것이다. 전주, 익산, 광주, 수원, 양주, 세종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보드게임 지도사들과 전주 원도심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포럼 시작 전 1시간 반 동안 전주 원도심 도슨투 투어를 진행했다. 이어 행복한바오밥 이근정 대표의 '카르카손에서 전주까지: 도시를 플레이하자', 빛나는하루 이지연 대표의 '전주, 놀이와 문화가 만나는 도시' 발제가 있었고, 패널 토의와 참가자 전체가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근정, 이지연 두 분은 이전까지 전주를 한 번도 와보지 않은 분들이었다. 그런데 9월, 11월, 12월 연이어 세 번을 오면서 전주 원도심과 깊이 연결되었고, 전주가 그 어느 동네보다도 문화적으로 풍부하며 보드게임 생태계를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외지인들은 물론이고 전주 분들도 전주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골목 투어 중 다가여행자도서관 매니저는 우리 일행이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물었다. 보드게임 포럼 참여자들이고 전주 원도심의 보드게임 동네로서의 가능성을 보러 왔다고 하자, 자신도 보드게임 매니아라며 반가워했다. 바늘소녀공작소 윤슬기 대표는 친구들과 보드게임 여행을 다닐 만큼 열성적인 매니아다. 매장을 지켜야 해서 포럼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저녁에 커뮤니티 공간 둥근숲에서 함께 보드게임을 즐겼다.

독일의 중소도시 에센은 전 세계 보드게임 생태계의 중심이다. 보드게임으로 지속 성장하는 도시다. 프랑스 중세 성곽도시 카르카손은 전 세계적 히트작 '카르카손' 덕분에 일 년 내내 보드게임 축제가 열리는 도시가 되었다. 해변 휴양도시이자 국제영화제의 도시 칸은 비수기인 2월에 보드게임 행사를 연다. 2025년 참가자는 11만 명에 달한다.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보드게임 창작자와 유통자가 만나 시제품을 함께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주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25년째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미식과 문화콘텐츠가 넘치는 전주 원도심에서 보드게임 생태계를 상상하는 것은 충분히 그럴 듯한 일 아닌가. 물론 현재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미래다. 하지만 10년 이상을 함께 상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생태계 변화 디자인

다음과 같이 해서 단계별로 키워나가면 잘 될 것 같다.

1단계: 보드게임 도시 전주 비전 (초기 1~2년) 보드게임 도시로서 전주의 미래를 상상하는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태동하고 확산된다. 전국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보드게임 커뮤니티를 전주에 연결한다. 보드게임 포럼 개최, 글로컬 홍보 영상 제작(보드게임 비전 포함) 등을 진행한다.

2단계: 보드게임 도시 전주 실험 (2~3년차) 소규모 보드게임 주간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전국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전주 내 다양한 주체와 기관이 비전과 실행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3단계: 보드게임 도시 전주 브랜드 정착 (4~6년차) 일상에서 일 년 내내 보드게임을 즐기는 문화와 장소가 확산된다. 보드게임 향유자와 창작자들의 장기 체류, 이주 트렌드가 나타난다. 전주 소재 보드게임 IP를 제작하고 보드게임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4단계: 본격적인 스케일업 (7년~) 프로그램, 커뮤니티, 생태계의 다양성과 규모를 전체적으로 확장한다.

지속가능한 생태계는 함께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실천 커뮤니티가 만드는 것이다. 참가자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이 꿈을 함께 꾸는 참가자들이 계속 늘어나며 기여하며 성장하는 '무한게임(Infinite Game)'이다. 이제 막 씨앗을 심은 전주 원도심의 또다른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갈 때 생겨날 미래가 정말 기대된다.


보드게임 포럼 참가자 주요 소감

“보드게임과 도시를 연결한다는 발상이 충격이었다.”

"전주에 2011년부터 살았는데 처음 가본 길이 너무 많아서 익숙한 도시에 낯선 길, 전주를 새로 발견했다. 웨딩거리가 독일 시골 마을 같아서 예뻤는데, 사람들이 몰려들면 참 좋겠다."

“전주가 이렇게 감성 있고 멋있는 도시일 줄 몰랐다.”

“보드게임을 하기 때문에 오는 여행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돌아가면 진짜 시작해보고 싶다 — 이번에는 실행하고 싶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힘이 된다.”

“내가 가진 전문성을 도시의 문화와 연결해보고 싶다.”

“전주는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오늘은 단순 배움이 아니라 인생 방향을 다잡는 날이었다.”





전정환 2025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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